화는 물처럼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짧은 글

  화(분노)는 물처럼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우리 속담에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화풀이 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갑’에게 받은 화를 전혀 상관없는 ‘을’에게 푸는 인간의 심리를 가장 잘 표현한 말일 것이다.  이러한 심리가 일어날 때의 가장 큰 특징은 나를 화나게 한 상대 ‘갑’이 나보다 강한 힘을 가진 사람이고, 내가 화를 내는 ‘을’이 나보다 약자라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누군가 직장 상사 때문에 화가 났다면, 그는 그 화를 부하직원에게 푼다.  부하직원이 직장 내에 자신의 화를 풀 수 있는 만만한 사람이 없다면, 그는 그 화를 집으로 가져가 아내에게 풀 것이다.  그리고 아내는 그 화를 아이에게 풀고….  결국 사람은 자신의 화를 자신보다 약한 자에게 푼다.  이처럼 화는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이처럼 아래로 흐른 화가 모이는 곳 중 하나는 바로 가정이다.  가장에 의한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물리적 언어적 학대 모두)도 모두 이러한 분노의 법칙과 연관되어 있고 한다.  의외로 이러한 가정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밖에서 즉, 사회에서는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 받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바꿔 말해, 이들이 이처럼 사회에서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가정폭력이란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이 가정 내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분노를 조절하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분노는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그들에게 있어 가정은 분노가 모이는 아래인 것이고,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지게 된 온 갓 부정적 감정을 자신을 화나게 한 당사자가 아닌, 자신의 가정에 쏟아 붓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들은 자신의 가정을 자신의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본인은 자신의 감정을 정화하고 다시 사회인으로서의 원동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화의 종착지는 사회적 약자들일 것이다.  오늘날 우리사회에 사회적 약자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늘어나는 것도 그만큼 이 사회에 분노가 넘쳐나고 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처럼 아래로 쌓인 분노일 것이다.  풀지 못한 화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다른 부정적 감정도 마찬가지이다.  풀리지 못한 화는 마음 한구석에, 즉 무의식의 창고에 쌓이게 되는데, 심리학자들은 이처럼 쌓인 화를 묵은화라고 한다.  이 묵은 화를 더욱더 크고 무겁게 만들어 사람을 괴물로 만드는 말들 중 가장 대표적인 말이 ‘이미 지나간 일이다.  잊어라.’라는 말이라고 한다.  감정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다.  다만 마음 한 구석에 쌓여갈 뿐이다.  잊으라는 말은 이 쌓인 화를 풀 생각이 없다는 말이다.  이처럼 풀리지 않은 묵은 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지게 되고, 결국에 묵은화를 담고 있던 무의식의 창고가 꽉 차게 되면, 묵은화는 불특정 다수를 향해 폭발하고 마는 것이다.

  결국 분노가 제대로 풀리지 못한다면,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어 많은 피해자를 만들어 낼 것이다.

  분노에 의해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은 사회의 약자이며, 또한 누군가의 피해자라는 이야기다.


  오늘날 우리사회가 묻지마 범죄 등 많은 범죄에 시달리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자신의 화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채, 자신보다 약한 자들에게 쏟아 붇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이것은 우리사회가 이처럼 많은 화를 양산하고 있다는 반증일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렇게 우리를 화나게 하는 것일까?  화가 개인의 문제라면 이것이 이렇게 까지 사회 이슈화 되지 않았을 것이다.  개인의 문제는 결코 사회 전반에 까지 영향을 주지 못한다.  사회 전체가 이 문제에 영향을 받는다면 이것은 사회 구조의 문제일 것이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부정부패로 인한 사회정의의 실종, 그리고 승자독식의 경쟁사회가 이러한 화를 양산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화는 풀려야 한다.  그래야 인간은 타인에게 여유를 가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앞서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가장들처럼 행동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찾아내서 자신의 화를 푸는 행위는 비겁하고, 비열한 행위일 것이다.


  이러한 화를 올바로 처리하는 방법은 자신을 화나게 한 상대와 맞서서 그 화를 풀어야 한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이것을 김어준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부장님이 과장님에게 맞을 까봐 과장을 두려워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  과연 누가 자신의 직장 상사에게, 선배에게, 고용주에게 당당히 맞설 수 있을까?  아니, 누가 과연 강자에게 당당히 맞설 수 있을까?  특히 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말이다.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조금만 자신에 대한 통제를 늦추면 자신보다 약한 자에게 화를 내고 만다.

  과연 사회적 정의가 실현된다면 이 사회에 만연한 이 분노는 가라앉을까?  과연 공정한 평등이 실현된다면 인간은 더 이상 분노하지 않게 될까?


  이렇게 쓰고 나니 희망이 전혀 안 보이는군.  하긴 뭐 희망이 뭔지도 모르겠다.  하하하 멋진 세상이야.


[참고자료]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

SBS 스페셜 - 화내는 당신에게


덧글

  • 푸른미르 2012/10/29 14:00 #

    그래서 계급모순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고 결국 피를 부르는 혁명이 일어나긴 합니다만....
  • 2012/10/29 14:2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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