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랑열전(仙郞列傳) - 제 7 화 소설-선랑열전(仙郞列傳)

 

- 獲罪於天 無所禱也(획죄어천 무소도야) -

- 하늘에 죄를 지면 빌 곳이 없다. -


  무도는 이무기의 입속에 들어가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무너져 가는 팔다리로 간신히 버티고 서 있었다.

  [어리석은 자여,  그대 때문에 난 곧 죽을 것이다.  결국 그대로 인해, 이 나라, 이 백성의 바람이 산산이 부셔지고 말았구나.  그대의 이기적인 욕심 때문에….  그러나 나 혼자 죽지는 않을 것이다.  내 그대를 참살(慘殺)하여 이 땅에 최소한의 인의(仁義)가 살아 있다는 것을 만천하에 고할 것이다.]

  이무기의 원한에 가득 찬 목소리가 무도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그러나 무도는 그 말에 구역질을 느끼며 비웃어 대기 시작했다.

  “으윽, 죽겄네.  냄새도 고약하고….  그나저나, 뭐라 씨부리는 거야….  그리고 뭐? 어리석어?  그러는 댁은 현명한줄 알아?  이 병~맛 이무기새끼야.  네놈은 무고한 목숨 4명을 희생시키고도 저 망할 놈의 하늘을 떳떳이 볼 수 있냐?  있냐고, 이 썩을 놈아.  내가 너라면 창피해서 못 쳐다봐.  잎새에 부는 바람에도 괴로워 할 걸.   알겠냐, 이 썩을 놈아.  그런데 나보고 그런 너 따위 놈에게 구원을 받으라고?  너 따위 놈의 구원이나, 구원 받는 행위나 모두!  아무런 죄의식도 못 느끼는 몰염치한 행위라는 거 알아?  그런 구원으로 행복해 지느니, 차라리 지옥에 떨어지는 게 더 낫겠다.  뭐, 타인의 희생으로 구원 받아 행복해 지고 싶다는 것 자체가 이미 아무런 죄의식도 없는 인간 말종이란 이야기겠지만.  다른 놈 죽여 놓고 행복해져?  그게 말이 돼?”

  잠시 숨을 고른 무도는 계속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알겠냐?  이 썩을 놈아?  내가 이러는 것은 저 엿 같은 하늘을 쳐다 보고 살기 위해서다.  인간으로서 당당하게 살고 싶어서라고!  다른 놈들이 어떻게 생각하건 말건 내 알바 아니야.  그저 난 다른 놈팽이들도 나처럼 인간답게 살아가게 만들기 위해, 그 모든 희생과 구원을 박살 낼 거라 이 말이다.  다른 놈들이 아무리 울며불며 사정해도 말이지.  왜? 난 악당이니까….  그래서 이 몸이 너에게 자그마한 선물을 줄까 하는데 말이야.  아마 네 몸에 좋을 거다.”

  무도는 버티고 있던 왼손을 자신의 품 안으로 집어넣었다.  버티고 있던 왼손이 빠지자 그만큼 이무기의 입이 닫혀졌다.  그것을 오른손과 머리로 간신이 막아냈다.

  “젠장.  그게 어디 있는 거야?  이러다가 5번 척추 6번 되겠네.  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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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냐?”

  파마선인이 떠나기 위해 마지막 인사를 하러온 진현에게 물었다.

  “예, 그만 가볼까 합니다.”

  “잠깐 기다려봐.”

  떠나려는 진현을 붙잡은 파마선인은 자신의 도포자락에서 무언가를 찾아 꺼냈다.

  “그 칼이 아무리 강한 힘을 가졌다고 해도 짧은 시간 안에 적을 쓰러트려야 하니 힘에 부칠지도 모르것다.  그러니까….”

  파마선인은 자신의 품속에서 꺼낸 물건을 진현에게 주었다.  포장지에 싸여 있었지만, 냄새로 보아 환약 같았다.

  “혹시 모르니까, 이것도 가져가 봐.”

  “이게 뭡니까?”

  “불량식품 아니야, 걱정 마.  그렇다고 네놈 쳐드시라고 주는 것도 아니지만….  두꺼비 진액으로 만든 환약이다.”

  “두꺼비 진액이요?”

  “그래.  뭐 원래는 내 건강을 위해 만든 약이지만, 이무기에게 먹이면 한방에 보낼 수 있을 거다.”

  “그럼 애당초 이 약으로 보내면 되는 거 아니었습니까?”

  파마선인은 한심하다는 듯이 자신의 제자를 쳐다보면서 예의 특유의 말투로 비웃으며 말했다.

  “아이고, 그래서요?  이, 병맛을 그냥, 확.  야, 뭔 수로 이걸 이무기에게 쳐 먹일래?  사정해서?  이것 좀 쳐드셔 달라고?  원래 두꺼비란게 이무기에겐 별로 좋지 않은 거거든?  그래서 음식에 두꺼비 액을 넣어 봤자 이무기자식은 금세 낌새를 체고 드시지 않지.  알겠냐, 이 썩을 놈아?”

  “그래서 이걸 어떻게 쓰란 말입니까?”

  “이, 병~.  꼭 그걸 나한테 물어봐야해?  니 알아서 쓰세요, 찌질이 제자님아.  최후의 순간 니가 그걸 쳐들고 이무기 입속으로 뛰어 들어가든가 해서 쳐 먹이시라고.  이 썩을 놈아.”

  “알겠습니다.”

  “그렇다고 진짜 죽지는 말고.  실패하더라도 꼭 살아남아라.  알았냐?  너 뒤지라고 7년간 개고생 하며 가르친 것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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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 이왕이면 이런 건 얼굴 팔려서 쓰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야.  실력으로 쓰러트려야 모양세가 나니까.”

  이무기 입안에서 무도는 품에서 꺼낸 환약의 포장지를 입으로 찢어 환약을 꺼냈다.

  [네…네 이놈.  무엇을 꺼낸 것이냐?  설마?]

  “예, 설마 그거 맞습니다.  그러니, 잘 쳐드시고 저승 가셔서, 무병장수 하세요, 이무기님.”

  무도는 환약을 이무기의 목구멍 속으로 환약을 던져 넣었다.  잠시 후 이무기는 격하게 몸을 꼬기 시작하였고, 그 반동으로 무도는 이무기의 입 밖으로 떨어져 나갔다.  그리곤 땅에 부딪친 충격으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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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저를 제자로 받아들이신 겁니까?”

  어느 날 저녁 수련을 마친 진현은 파마선인에게 물어보았다.

  “갑자기 그건 또 뭔, 모기 발정 난 소리야?”

  “여기 오기 전 3년간, 여러 곳을 떠돌면서 스승을 구하였지만, 모두들 제 안에 깃든 복수심을 보고 저를 내치셨습니다.  받아들이신 분들도 있었지만 그분들 모도 저의 복수심을 접으라 하셨습니다.  하지만 스승님은 저에게 복수심 버리라고 하시긴 커녕, 도와주시겠다 하셨습니다.”

  “뭐야?  그거냐, 이 병~아?  내 꿍꿍이가 뭔지 알면서 그딴 걸 물어봐, 썩을 놈아.”

  “예, 압니다.  하지만 그걸 로는 전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돈을 원하셨다면 지금까지 제자가 되겠다고 찾아온 사람들을 그리 대하시진 않으셨을 겁니다.”

  “그거야 그놈들은 내 평생을 연구한 교육이념이 들어있는 교육철학을 이해 못하고 도망친 거고, 네놈은 꿍꿍이가 있어서 남은 것 아니야, 이 썩을 놈아.”

  진현은 파마선인의 대답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걸 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고 그는 느끼고 있었다.  때문에 그는 여전히 스승의 대답을 듣기위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하~”

  파마선인은 한숨을 쉬면서 잠시 먼 산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이내 대청마루로 올라가 예의 똥폼으로 쭈그리고 앉았다.

  “옛날에 말이야.  저 서역에 석가모니라는 형님이 살고 계셨다.  이 석가모니형님이 ….  거 이름 참 기네.  그냥 모니형님이라고 하자.  하여간, 이 모니형님께서 말이지….”

  “석가모니 부처님이 형님이오십니까?”

  “이, 병~.  니가 매가 부족하지? 그렇지?  이게 죽을 라고 어디서 말대답이야?  내가 부처하고 동기동창이라면 그런 거지….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 임금과 스승과 부모는 하나다.)몰라?  그런데 임금은 누구와 동기동창이냐?  하늘이잖아.  그럼 자동적으로 내가 누구와 동기동창이냐?  이제 알겠냐, 이 썩을 놈아?  이걸 그냥 콱!”

  파마선인은 들고있던 석장을 휘두르면서 언성을 높였다.

  “어디까지 이야기 했더라….  잊었잖아!  이 썩을 놈을 그냥 콱!”

  “저….  모니형님 이야기 까지 하셨습니다.  모니형님.”

  “아, 그래 모니형님.  그 모니형님이 말이다, 깨달음을 얻어 해탈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보리수나무 밑에서 108일간의 단식 수행을 하셨다.  그런데 말이지 이 형님이 뭘 잘못 쳐 잡수셨는지, 108일에서 하루를 남겨두고 단식수행한지 107일 만에 일어나 *우유를 쳐 잡수셨다.  왜 그랬을까?  왜 모니형님은 하루만 더 참으면 해탈 할 수도 있었는데 왜 하루를 참지 못하고 병신 지랄 삽질을 하셨을까?”

  “잘 모르겠습니다.”

  “깨달음을 얻어 해탈을 해, 열반의 경지에 이르는 것 또한 자신의 부질없는 욕심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알겠냐, 이 썩을 놈아?”

  “깨달음이 욕심이라고요?”

  진현은 뭔가에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깨달음이, 해탈과 열반이 한낮 개인의 덧없는 욕심에 지나지 않다니….  그것이야 말로 모든 수행자들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단 하나의 목표가 아니던가.

  “그래.  깨달음뿐만 아니지.  정의를 실천하여 올바른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도 욕심이고,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 또한 욕심이지.  세상모두를 구원하겠다는 것은 뭐 두말할 나위 없고.  그러니 그것들을 이기심이라고 해도 무방하겠지.  그러니 네가 복수하겠다고 지랄하는 거나, 세상을 구하고 정의를 실천하겠다고 발광하는 거나 결국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알고 보면 둘의 근본적 마음은 다 같은 거다.

  난 니가 처음 만난 스승들이 그랬던 것처럼, 너에게 복수심을 버리고 인의를 위해 살라고 말 할 수도 있다.  그렇게 가르칠 수도 있고.  뭣하면 널 이 세상 끝까지 따라다니며 그렇게 만들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래봤자 네가 진정으로 그걸 이해하고 받아들였다고는 보기 어려울 거다.  나중에 가서 그렇게 억압된 감정과 생각이 더 큰 문제를 만들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러니, 내가 널 인의(仁義)로 이끌겠다 한다면 그 또한 한낱 내 개인적 바람, 욕심에 지니자 않다는 것이다.  그저 내가 그걸 원하니까 네게 강요하는 것에 지나지 않지.  그리고…

  *선경의 위대한 은사라는 것들이 제자를 받아들일 때 제자 싹수 보고 가려 받는 짓거리를 하는데, 그딴 짓거리도 내 마음에 들지 않고 말이다.  자기 마음에 드는 제자를 가려 받아 키우겠다는 그 사고방식 자체가 내겐 역겹고 구역질나거든.  스승이란 그 어떤 제자건 간에 품에 안고 키울 수 있어야 한다고 난 그리 생각한다.  그 안에 그 아무리 지독한 원한과 분노가 소용돌이 치고 있다 하더라도 스승이라면 당연히 그걸 이해하고 받아낼 줄 알아야 하는 것 아니겠냐?  그러니까 그 이름도 찬란하고 위대하며 훌륭하고 존귀한, 고려 최강 최고의 도사, 나 파사선인이 너처럼 무능한 찌질이를 걷어 키우고 있는 것 아니냐.

  무엇보다 이건 이 세상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니까.  나에겐 널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능력이 있는데 그 능력을 쓰지 않는 것 또한 잘못이라고도 할 수 있지.”

  “어찌해서 입니까?”

  “나나, 너나 이 세상에 속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속한 이상 인간은 누구나 이 세상에 대해 책임이 주어지지.  때문에 이 세상에 나와 상관없는 일이란 없는 것이고…, 그저 귀찮아서 외면하는 일만이 있을 뿐이지.  한마디로 그 돼먹지도 않은 책임감에 내가 이러고 있다 해도 무방하겠지.”

  “그래서 난 속세를 등지고 수행 하는 놈들이 꼴 같지 않다, 이거다.  지들도 세상에 속한 주제에 마치 이 세상을 초월 한 듯이 행세하는 찌질이들을 보면, 주먹이 근질거려 가만 못 있겠더라고.  공자께서도 말했지?  ‘내가 새들과 살겠는가?  난 사람과 살아갈 것이다.’라고.  그래서 선방이나 암자에서 수행하고 있는 꼴 같지 않은 놈들 몇 놈 줘 패줬더니 나보고 미친개라더라, 참나.  뭐 어재건 난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세상에, 그리고 내가 만난 인연에 책임질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다.  결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

  그러니 너도 언젠가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되면, 네가 책임질 수 있고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바란다.  내가 네놈에게 그랬던 것처럼.  뭐 그이상은 바라지도 않아.”

  진현은 파마선인의 말을 들으며 자신의 귀와 눈을 의심했다.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은 자신을 머슴처럼 부리며 개처럼 패던, 그 성질 더러운 노인네가 아니었다.  진정한 스승 그 자체였다.  처음으로 진현은 자신의 스승이 존경받아 마땅한 인물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또 하나 당부하고 싶은 것은 …”

  파마선인은 그윽한 눈빛으로 제자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진정 제자를 아끼고 사랑하는 자의 눈빛이었다.  진현은 그러한 스승의 모습에 감동했다.

  “하명 하십시오, 스승님.”

  “밥 쫌 제대로 만들어, 이 병~ 아.  그게 밥이냐!!  밥알엔 돌이 그냥 그대로 있고, 어쩔 데는 죽을 만들어 놓지 않나, 제대로 익지도 않아 생쌀 그대로를 내놓지 않나.  김치는 또 왜 그렇게 짜.  이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을 문디~ 자슥아.  나물은 왜 그렇게 쓰고.  그리고 내가 사냥해서 고기반찬 좀 만들어 놓으라고 예기 했어, 안했어?  왜 토기 한 마리 못 잡아 고기도 못 먹게 만들고 지랄이야?   이걸 그냥 똥물에 튀겨서, 튀겨, 튀겨…, 버리면 쓸 때도 없지…, 더러워서….  이 소금 뿌려 회쳐먹을 놈을 그냥.”

  역시 스승은 왈패 행수에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진현은 생각했다.


*목축사회에서 우유는 흔한 음식이었지만, 농경사회인 중국과 한반도에서 우유는 매우 귀한 음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조선시대 우유로 만든 타락죽은 임금만이 먹을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이 이야기는 동북아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견해가 있습니다.

*선경(仙境) : 신선들이 사는 곳, 속세의 반대말



다음 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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