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랑열전(仙郞列傳) - 제 5 화 소설-선랑열전(仙郞列傳)

  진현이 파마선인 밑에서 보낸 지난 7년은 정말 거지같은 시간이었지만 그중 처음 3년은 그 중에서도 정말 지독한 시간이었다.  그 3년의 기간동안 진현의 사제(師弟)가 될 뻔한 5명이 찾아왔었지만, 보통 2개월, 길어봤자 반년을 못 넘기고 모두 도망치고 말았다.  진현도 만약 자신에게 도술을 가르쳐 줄 다른 스승이 있었다면 당장 그곳에서 도망쳤을 것이다.  그러나 진현에게 있어 파마선인은 그의 마지막 보루였다.  아마 파마선인 말고는 자신에게 도술을 가르쳐줄 스승은 고려 천지에 없을 것이다.  물론 이 잡듯이 뒤진다면 한명쯤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그 사람이 지금의 스승보다 나을 거라는 보장도 없고, 무엇보다 그게 또 몇 년이 걸릴지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사실이었다.  결국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를 악물로 악으로 버티는 수밖에는 없었다.  그것이 그에게 남은 삶의 유일한 목적이기에….




나는 강하다.




나는 강하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강하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강하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강하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강하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강하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강하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강하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강하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강하다.

나는 강하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강하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강하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강하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강하다.

나는 강하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강하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강하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강하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강하다.

나는 강하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강하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강하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강하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강하다.



“나는 천하무적이다.”

 


  무도는 마을 중심에 있는 호수로 향하였다.  호수는 마을 어른들이 사람이 함부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하여 아무도 접근 못하였기에, 무도로서도 처음 가보는 곳이었다.  호수로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이 호수와 가까워질수록 무도는 자신의 다리가 무겁게 느껴졌다.  10년 동안 진심으로 바라던 순간이 찾아 왔지만, 정작 몸은 두려움으로 점점 굳어만 가고 있었다.  몸뿐만이 아니었다.  마음도 점차 두려움으로 가득 차기 시작하였다.  순간, 자신이 겁에 질렸다는 것을 깨닫자, 무도는 그런 자신이 너무나 짜증스럽고 한심스러웠다.  그런 한심한 자신에 대해 점차 울화가 치밀기 시작하였다.  자신이 그토록 바래왔던 순간에 이렇게 겁을 먹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화가 났다.  그렇게 무도의 마음속에선 한심한 자신에 대한 분노가 일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분노는 자신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던 증오심에 불을 댕겼다.   그렇게 무도는 자신의 두려움을 자신에 대한 분노로, 다시 그 분노를 이무기에 대한 분노와 증오로 갈아치우기 시작했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강하다.

나는 천하무적이다.


  호숫가에 다다랐을 무렵 어느덧 해는 지고 하늘엔 달빛과 별빛만이 가득 차 있었다.  호수는 그러한 달빛과 별빛을 함 것 머금고 그 빛을 잔잔히 수면위로 흩뿌렸다.  그렇게 뿌려진 빛은 주변의 경관과 어우러져 너무나 아름다운 경치를 만들어 냈으며, 호숫가에 이는 적막함은 그 광경에 평온함을 더해주었다.  그야말로 한편의 시(詩)와 같은, 선경(仙境 : 신선이 살 만큼 신비스럽고 그윽한 경치) 그 자체였다.  그러나 무도의 입에서 나온 말은 아름다운 시구(詩句)가 아니었다.

  “나와 이 뱀 새끼야!!  여기 세상에서 가장 극악무도한 도사 무도님이 납시셨다!  내가 지금부터는 공양이 아닌 제삿밥 먹게 해줄 테니까, 어서 기어 나오란 말이야!”

  쩌렁쩌렁한 무도의 목소리가 호숫가에 메아리치기 시작했다.  메아리가 사라질 무렵 호수 중심부로부터 작은 물결이 일기 시작하더니 점차 파고가 높아지기 시작하였다.  높아진 파고는 점차 무도가 있는 호숫가로 다가오기 시작하였다.

  “헤~.  왔구만.”

  잠시 후 무도로부터 50척(尺), 그러니까 15m떨어진 곳에서 이무기의 머리가 불쑥 튀어나왔다.

  “어이구 처음 뵙겠습니다, 이무기님.  제가 오늘 제가 이무기님의 목을 베어 가려고 이렇게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어서 목 내미시고, 빨리 일을 끝내자고요.”

  이렇게 비아냥거린 무도는 칼을 뽑아 들고 이무기에게 겨누었다.  그러자 이무기의 목소리가 무도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그대여, 어찌하여 이런 무모한 일을 벌이는가?]

  “몰라서 묻냐?  이 찌질아.  네 녀석이 하는 일이 내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런다.  왜!”

  [그렇다는 건, 그대는 내가 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뜻인가?  그런데 어이하여 그대는 내가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는 것인가?  그대는 정녕, 이 고려의 백성이 아니란 말이더냐]

  그 말에 무도는 자세를 풀고 왼손으로 얼굴을 긁으며 뚱한 표정을 지었다.

  “어~, 그게 말이야.  예전에는 그랬는데, 지금은 그보다 더 위대하고 고귀한 악당이란 것으로 진화했어.  고려 천하제일의 악당으로 말이지….  그래서 내가 이러는 거야.  히잉~”

  그러곤 무도는 이무기를 향해 장난기 있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무기는 그런 무도를 바라보며 개탄스러운 어조로 말하였다.

  [실로 어리석도다, 그대여.  그저 자신의 개인적 악의(惡意) 때문에 대의(大儀)를 그르치려 들다니….]

  “닥치시지.  스스로 노력은 안하고 타인을 희생시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려는 놈이 뭔 대의 타령이야?”

  [그래, 사람의 생명 하나하나는 모두 소중하지.  그러나 그런 희생이 없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 갈 것이다.  이 세상이 누군가의 희생으로 유지된다는 것은 그대도 잘 알지 않은가?  그러기에 난 부득이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할 것을 결심 한 것이다.]

  “지랄~.  그렇게 희생정신 운운할 것이면, 지 자신이나 희생할 것이지….  사람들 선동 질 해 힘없는 놈들 다구리 까는 놈이 말은 그럴싸해.  응?  지가 무슨 절대자라도 되나?  아니, 절대자라고 해서 지 맘대로 해도 된다는 법이 … 음~ 있을지도 모르지.”

  무도는 자신이 부정하려고 한 말에 골몰하기 시작하더니 점점 그 뜻을 수긍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다 절대자라는 건 모든 할 수 있기에 절대자이지 않나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래, 절대자면 그래도 될지도 몰라.  음, 맞아.  절대자니까.  어쩜 그게 이치일 지도 모르지.  하지만, 난 그게 엿 같거든요?  그러니 이거나 많이 쳐드세요.”

  절대자의 권능을 인정하면서도 그 권능의 행사를 부정한 무도는, 4000년 전통의 고려 엿 먹이기 기술을 이무기에게 구사하였다.  그런 무도를 본 이무기는 탄식하며 깊은 우려를 표명하였다.

  [어리석은 자여.  결국 그대는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으로 인해 대의를 그르치려 드는 구나.  그대는 정녕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당연!  그동안 내가 네놈의 껍질을 벗기기 위해 얼마나 오랫동안 피눈물 나는 노력을 했는지 알기나 하냐?”

  [그대의 노력은 그대의 생각만큼 무의미할 뿐이다.]

  “그러는 네놈은 그동안 무얼 했는데.  그저 바라기만 하면서 시간만 허비했잖아!!  정말로 그렇게 이 나라 이 백성을 위했다면, 네놈이 용이 되길 기다리기 전에, 네 자신이 만신창이가 되더라도, 이 세상과 싸웠어야 되는 거 아니야?  그저 웅크리고 앉아서 죄 없는 소녀들이나 희생 시킨 게, 네놈은 그렇게도 자랑스럽냐?”

  [그녀들은 결코 사라진 게 아니다.  내 안에서 나의 의지와 생명과 함께 존재한

다.  내가 살아있는 한, 영원히.  보거라.]

  그러자 이무기와 무도 사이에 4명의 소녀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 중에는 옥연도 있었다.  그중 한 소녀가 입을 열었다.

  [첩(妾 : 과거 여성이 자신을 낮춰 부르던 말)의 이름은 섬월.  첩은 40년 이란 오랜 기간 동안 이무기와 함께한 존재 이옵니다.  비록 첩의 육신은 사라졌어도 혼(魂)은 이렇게 하나의 사념으로 존재하고, 백(魄)은 이무기의 몸에서 여의주의 일부가 되었죠.  결코 첩은 죽었다 생각지도 불행하다 생각지도 않고 있나이다.]

  그 다음 말을 옥연이 이어나갔다.

  [그래, 진현아.  네 생각이 틀린 거야.  난 내 자신이 아무런 의미 없이 희생되었다고 생각 안 해.  지금의 난 전에 있던 덧없는 육신을 버리고 그저 다른 형태로 존재할 뿐이야.  그래, 그런 의미에서 난 결코 희생된 것도 죽은 것도 아니야.  그저 모습이 달라졌을 뿐이지.  그리고 난 이렇게 이 세계를 살아가고 있어.]

  “크…, 하하하하하.”

  그러나 옥연의 말을 들은 무도는 미친 듯이 웃어 대기 시작하였다.  그 웃음은 흡사 광인의 웃음과도 같았다.

  “정말 웃기고들 있네.  가소로워 못 봐 주겠다.  나보고 그런 광대놀음을 믿으라고?  정말 까고들 있네.”

  그러곤 정색하며 소녀들과 이무기를 노려보았다.

  “니들 정말 웃기지 좀 마.  그게 뭐가, 존재하는 거야?  뭐가, 살이 있는 거냐고!  스스로가 자신의 의지로, 가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입고 싶은 것도 못하는데 그게 뭐가 살아있는 거야?  도대체 그게 죽은 거와 뭐가 다르냐 말이야!  스스로가 웃고, 울고, 화내고, 싸우고, 먹고, 싸고!  이따위 짓을 하는 걸 살아있다고 하는 거다.  알겠냐? 이 썩을 것들아!”

  무도의 분노에 옥연은 걱정스런 눈빛으로 무도를 바라보았다.

  [진현아, 너무 자신을 몰아세우지마.  나도 알아.  날 빼앗긴 원한 때문에 네가 그렇게 세상을 불신하며 원망한다는 것을….  제발 그만둬줘.  그건 그저 널 상처 입히는 일일 뿐이야.  제발, 날 위해서라도….]

  “닥쳐!!  내가 널 위해 이러는 지 알아?  웃기지마!  이건 나의 복수야!  부조리가 넘쳐나는 이 빌어먹을 세상에 대한, 그리고 나에게서 행복을 앗아간 저 망할 뱀 새끼에 대한, 그리고 날 이 빌어먹을 세상에 홀로 남기고간 너에 대한…!”

  ‘그리고 널 지키지 못한 하고,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 알지 못하고, 이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 초라하고 무능하며 무력했던 내 자신에 대한….’

  무도는 쥐고 있던 칼을 다시 고쳐 잡고 이무기를 겨누며 말했다.

  “자, 그럼 병신 같은 잡소리는 닥치고, 우리 한판 신명나게 놀아볼까?”

  [어리석은 자여.  난 그대에게 그대의 잘못된 생각을 접고 돌아갈 기회를 줬는데도 그대는 그 모든 은혜를 무위(無爲)로 만드는 구나.  하지만, 어리석은 자여, 누누이 말했듯 인간인 그대가 어찌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그대가 나를 참(斬)하기 위해 분골쇄신(粉骨碎身)하였다 해도 그 노력은 실로 누진취영(鏤塵吹影 : 먼지에 새기고 그림자를 입으로 분다는 뜻으로, 쓸데없는 헛된 노력(努力)을 이르는 말) 하느니라.  나의 힘은 이미 신(神)에 필적하도다.]

  이무기의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  이미 4명의 소녀의 힘을 얻은 이무기는 강한 힘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 힘만으로도 무도 같은 존재는 결코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그러나 무도는 결코 이 말에 흔들리지 않았다.  도리어 이무기를 가소롭게 비웃어 대기 시작하였다.

  “그래, 나도 알아.  인간인 나에게 네놈을 상대할 만한 힘이 없지.  그렇다면 신에게라도 빌어 힘을 얻어야겠지만, 그 어떤 신도 네놈을 없애는데 힘을 빌려줄 것 같지 않거든?  그래서 난 *악마에게 힘을 빌렸지.”

  그렇게 말한 무도는 자신의 칼을 이무가기 잘 볼 수 있도록 다시 고쳐 잡았다.

  “알겠냐?  이 칼이 바로 그 힘이다!”

  


* 혼(魂)과 백(魄) : 합쳐서 혼백(魂魄)이라고도 한다.  혼은 양(陽)의 기운(하늘)을 상징하고 백은 음(陰)의 기운(땅)을 상징한다.  동북아에서는 사람이 살아있을 때는 이 혼백이 하나로 되어 있지만, 죽으면 혼은 하늘인 태극으로 가고, 백은 땅으로 돌아가 흙이 된다고 한다.  즉, 혼은 영혼이라고 볼 수 있고, 백은 육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혼이라고 해서 혼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혼의 비중이 높아 혼이라 불리는 것일 뿐이다.  이는 백도 마찬가지.  예를 들어 손톱처럼 눈으로 보고 만져지는 신체는 백이 모여 만들어 진 것이지만, 거기에는 약간의 혼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한‘혼이 났다.’, ‘혼 날 뻔했네.’의 혼도 바로 이 혼백의 혼(魂)을 의미한 것으로 몸에서 혼이 빠져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 악마(惡魔) : 원래는 불교용어로 수행을 방해하거나 인간에게 해를 입히는 마물이나 잡귀를 이르는 말.  오늘날의 의미는 초기 성경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그 뜻을 빌려온 이후 정착된 것이다.


다음 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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